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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Doll’s House) 말하는 이가 가진 인식의 무지함(blindness) 입센의 작품 『인형의 집』에서 노라와 남편 사이에서오고 가는대화에서 살펴봐야 하는 것은 그 대화가 이끌어 가고 있는 스토리텔링 뿐만아니라 극 중인물들이 주고받는 각각의 말에서 드러나는 말하는 이가 가진 인식의 무지함(blindness)이다. 특히 노라의 남편인 헬머의 대사들에서 그의 말하기 방식과 말들은 그 자신을 철저하게 변호하고 있으며, 그러한 능숙한 자기 변호 때문에 무엇을 보지못하는지 그 한계점은 분명하게 짚어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초점을 두는 곳은 그의 대사들이다. 첫번째로 살펴봐야 할것은 헬머의 대사에서 드러나있는 그 자신의 견고함 혹은 당당함에 대한 자신감이 내비쳐지는 부분들이다. 극이 시작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자신의 아내를 낭..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The Three Sisters) 연극 안의 연극: 연극을 위한 연극 체호프의 장막극 『세 자매』의 전반에서 드러나고 있는 특징 중의 하나는 이 극이 연극을 위한 연극, 즉 배우가 정해진 배역을 관객 앞에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실제로 행하게 되 는 하나의 연극을 자신의 연극 안에서 보여주려한다는 점이다. 특히 극중에서 솔료니가 이리나의 주변으로 갈때마다 향수를 뿌리는 행동은 이러한 연극 속 연극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준다. 솔료니 : ...... 그런데 그것 참 이상하네요. 왜 남작은 되고 나는 안되는 거죠? (향수병을 꺼내 자신에게 뿌린다) ...... 이리나 : 솔료니라는 사람은 도대체 담배를 왜 그렇게 피워대는 거지! 이 부분은 3막에서 이리나와 장차 그녀와 약혼하게되는 투젠바흐의 사이가 점차 가까워지는 대목 에서 이..
유진 오닐(O’Neill)의 『황제 존스』(The Emperor Jones)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황제 존스』(The Emperor Jones) 이 희곡은 192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흑인을 극의 주인공으로 삼고 무대 위로 등장시킨 작품으로써 의미가 깊지만, 그 의미의 중심에 서있는 흑인이라는 인종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내기보다는 그 문제를 보편화하고 추상화시킨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분명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한 평가에는 이견도 많다. 그럼에도 오닐이 이 작품 안에서 흑인을 그리고 있는 방식이 흑인이라는 인종이 가지는 백인에 대한 동일시가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논의해볼 만하다. 존스가 아직 궁을 탈출하기 전인, 그러니까 그가 그의 내면의 무의식 상태에 가까워지기 이전인 제1장에서 주인공인 존스의 언행들을 살펴보면, 만약 존스를 ..
피터 드러커 «자기경영노트»,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오리지널 자기 계발서, «자기경영노트» 자기 계발서라면 일부러라도 피해왔었을뿐더러, 그걸 읽고 있는 사람들만 보아도 왜 저런 걸 읽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유튜브 민음사 TV에서 정우성이 진행하는 월간책추천 영상 중 퍼블리 Publy 대표인 박소령 대표가 게스트로 나온 영상에서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를 추천해주면서, 혼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는 말에 혹해서 호기심에 구입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 나온 내용들을 정리해보기 전에, 사진을 올리면서 원서 제목을 보았더니 「The Effective Executive」 이다. 번역해보면, '효율적인 경영자' 정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자기경영노트로 바뀌었다.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쓰인 책인데, 독자를 확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누구나 ..
말콤 글래드웰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 흥미를 찾아라. 말콤 글래드웰과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 말콤 글래드웰는 1996년부터 미국의 유명 잡지사인 The New Yorker의 전속작가로 일해왔다. 말콤 글래드웰은 「블링크」, 「아웃라이어」, 「티핑 포인트」 등 5개의 비문학 책을 출간하기도 했고, 그 책들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도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그의 저서와는 다르게 그가 써온 뉴요커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다른 책들이 다루고 있는 자기계발 주제와는 다르게 «당신이 무언가에 끌리는 이유»에 담긴 글들은 위트 넘치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그가 쓴 뉴요커 잡지 스타일의 글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내가 말콤 글래드웰에 대해서 알게된 것은 미국에서 인기 있는 유명인들의 강..
앤드루 솔로몬 «한낮의 우울», 1장 - 슬픔과 우울 우울증의 정의와 진단 «한낮의 우울»이 내게 조금 더 흥미롭게 다가온 이유는 저자인 앤드루 솔로몬의 진지하고 유려한 문장들 때문이다. 예일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 활동했던 앤드루 솔로몬의 약력은 완성도 높은 문장들을 설명해준다. «한낮의 우울»이 전문 학술서로써 우울증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은 책에 불과했다면, 나는 분명히 이 책을 읽기를 주저했을 것이다. 하지만 앤드루 솔로몬은 다음과 같이 우울증을 정의 내리며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울은 사랑이 지닌 결함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잃은 것에 대해 절망할 줄 아는 존재가 되어야한다. 우울은 그 절망의 심리 기제다. 우리에게 찾아온 우울증은 자아를 변질시키고, 마침내 애정을 주고받는 능력까지 소멸시..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2부 - 밤 가 잃은 것, 유명세의 대가 이 책에서 후반부에 속하는 밤 파트의 첫 이야기인 '가 잃은 것'은 유명세에 대한 이야기다. 장기하가 가수로 유명세를 얻기 전 클럽 라이브 공연에서 불렀던 와 미디어에 점차 노출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되고 방송화면 상에서 불렀던 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명세를 얻거나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이름을 알리는 것이 곧 성공의 출발점이 되고, 소수가 아닌 다수의 사람의 머릿속에 기억되기 시작한다. 장기하는 그 현상의 역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는 순간 사라져 버리는 가치도 세상에는 있는 것이다." (p. 153) 무명이라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이 나지 않았고, 그만큼 신뢰나 명망이 쌓인 것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고 해서 결..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 1부 - 낮 지나치게 신경 써온 일들을 물리치는 법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장기하가 써놓은 것처럼.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 써왔고, 또 그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는 것이다. ......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를 괴롭혀온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서 간단히 극복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치 한 단어를 반복해서 되뇌면 그 의미가 불확실해지는 기분이 들듯이,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죄다 끌어내 써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의 힘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