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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 «태고의 시간들», 이야기로 쌓아올려지는 시공간의 세계 올가 토카르추크에 대해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은 그녀가 써온 작품들 중에서도 초반에 쓰인 소설에 속한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문화인류학과 칼 융의 사상과 불교철학에 조예가 깊다. 그녀는 1985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약 10년 동안 심리 치료사와 선생들의 심리 상담 트레이너로 일했는데, 그동안 1989년에 첫 시집 「거울 속의 도시들」과 1993년에 첫 소설 「책의 인물들의 여정」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초석을 다졌다. 첫 시집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에 반해, 첫 소설은 성공적이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자신이 하는 심리 상담일에 대해서 자신의 환자들보다 그녀 자신이 더 신경증적이라고 느꼈다. 그녀는 일을 병행해가면서 시집과 소설을 냈고, 대중의 좋은 평가를..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 쓰는 법» (하), 리뷰 쓰기 실전팁: 계속 쓰자! 글을 정리하면서, 글쓴이가 제시하는 팁들을 한 번씩 되짚어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공유되고 나중에라도 한 번씩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해서 세 편으로 나누어서 유용한 팁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번 글은 앞서 게시했던 두 편의 글에 이어 가와사키 쇼헤이의 리뷰 쓰는 법 갈무리 편이다. 15. '재미없다'와 '재미있다'는 사용하지 말 것 리뷰 쓰기에서 '재미없다'와 '재미있다'를 사용하는 것은 글쓴이에 따르면 '옹색한 일'이며, '관찰을 게을리했다는 증거'이다. 글쓴이는 재미없다고 느낀 이유를 다섯 개 모으고, 그것에 대해 쓰는 훈련을 자주 할 것과 친구들끼리 모여 '각자 재미있다고 느낀 것을 가져와서 '재미있다'는 말을 쓰지 말고' 대상을 평가하는 연습을 해보기를 제안한다. 16. 말을 만들어보자. 단어들끼리..
필립 로스 «미국의 목가», 미국 3부작의 시작 미국 3부작의 시작, 「미국의 목가」 울분에 이어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를 소개한다. 로스의 거침없는 내러티브 때문인지 꽤 빠르게 읽었다. 필립 로스의 「미국의 목가」는 로스가 '주커먼 북(Zuckerman Books)'이라고 칭한 소설들에 속하면서, 이 시리즈에 속한 소설들 중에서도 미국 3부작인 「미국의 목가」(1997),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1998), 「휴먼 스테인」(2000) 중 제일 처음으로 쓰인 소설이다. 이 세 소설 모두가 꽤 두껍고 묵직함에도 불구하고, 출판된 시점을 보면 로스가 당시 얼마나 다작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3부작은 각기 다른 시점의 미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 역사적 사건들을 풀어내는 서술자이면서 관찰자가 바로 하나의 인물인 주커먼..
무라카미 하루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그도 한 때 포기하려 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어느새 70대 할아버지가 되어있지만, 최근에 나오는 그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30-40대에 속한다. 제일 최근에 나왔던 「기사단장 죽이기」의 주인공인 아마다 도모히코도 40세 정도이다. 가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근 사진이 나오는 뉴스를 보면, '이렇게나~?' 하는 생각이 든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즐겨 쓰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소설 속 이야기가 곧 작가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거니 하는 착각에 빠져버리게 된다. 더군다나 그의 글은 유독 서술자의 삶과 하루키의 삶이 다른 작가들보다 더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고,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하루키의 나이가 서른이 되었을 즈음 출..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 쓰는 법» (중), 리뷰 쓰기 유용한 팁 A-Z! 이전 글에 이어 가와사키 쇼헤이의 «리뷰 쓰는 법»에서 발견했던 리뷰 쓰기에 유용한 팁을 좀 더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글에 포함된 내용들은 좀 더 실전에 필요한 내용들이다. 8. 제품 리뷰할 때 좋을 것 같은 팁: 실제 체험한 내용을 칭찬하기 리뷰 쓰기에서 어떤 상품이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표현될 때 조금 더 와닿는 것 같다. "우선 무게감이 좋다. 질감을 전달하며 손에 묵직하게 잡히는 무게감이 기분 좋다. 잊고 있었던 '손맛'을 다시 알려주는 것 일지 모른다." 9. 부정적인 요소를 쓰면서 긍정적인 점을 강조하기 다음과 같은 예시가 있었다. "역에서 멀어 알기 어려운 위히, 고색창연하다 할 수도 있지만 기울어졌다 싶을 만큼 낡은 가게 외관, 마찬가지로 가게 안은 벽이 얼룩덜룩하고 식탁에도 ..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 쓰는 법» (상), 리뷰 쓰기의 기본 다지기 도서출판 유유의 방법 시리즈 가와사키 쇼헤이의 «리뷰 쓰는 법»은 작고 가벼운 문고본 형식의 단행본 시리즈를 출간해 특정 독자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유 출판의 책 중 하나이다. 나 또한 공략된 독자층에 속하는 것 같다. 일관성 있는 디자인과 판형 그리고 흥미를 끄는 책 제목들 때문인지 종종 중고서점에서 이 출판사의 책들을 만나면 하나씩 구매하게 된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학문적인 접근과 심층적이고 깊이감 있는 내용을 기대한다면 분명히 실망할 것이다. 하지만 심심한데 한번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면 꽤 실용적인 팁들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이번 리뷰에서는 유용한 재발견들에 대해서 책에 나온 목차 순서대로 정리해볼까 한다. 1. 이항대립적인 글들을 거르자. 다양한 가치를 존중해준다는 사회에 ..
윌리엄 트레버 «여름의 끝»,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여운 「여름의 끝」 ,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여운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마음속 깊이 따뜻한 돌멩이 하나가 놓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돌멩이는 좀처럼 식지 않고, 그 온도를 유지한 채 자리를 지킨다. 여름의 끝의 주요한 인물인 엘리와 플로리언은 서로 사랑할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고아원 생활을 했던 엘리에게는 남편이 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끼게 되고, 그로써 그녀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사랑의 감정이 자신이 들어왔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플로리언은 유산으로 받은 초라해진 저택을 뒤로한 채 라스모이로 와서 엘리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 감정은 사랑으로 바뀐다. 하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 밖에..
올가 토카르추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모럴 생태주의 스릴러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의 시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노래하듯 영국식 발음으로 읊어주던 교수님이 생각난다. 19세기 영미문학 수업에서 처음으로 배웠던 시인이었다. 블레이크는 프랑스 대혁명의 열렬한 지지자이며, 낭만주의의 흐름을 따랐다. 그리고 예언자적 시인을 자처했다. 또, 산업혁명의 최대의 피해자를 어린이로 보고 어린이의 인권에 대해 노래한 시를 많이 썼다. 소설의 제목인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연작시 '천국과 지옥의 결혼' 중에서 '지옥의 격언'(1793)의 한 구절이다. 지옥의 격언은 구약의 잠언과는 반대로 악마적 격언들의 계시록이다. 이 시 자체가 세상의 악과 부도덕함에 대한 강한 비..